영국 남부의 윌트셔 평원에 위치한 스톤헨지는 단순한 고대 유적지를 넘어서 인류의 놀라운 건축 기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념물입니다. 무게 수십 톤에 달하는 석재들을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옮기고 정교하게 배치한 방식은 오늘날에도 연구 대상이 되고 있으며, 고대 기술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새롭게 합니다. 본 글에서는 스톤헨지의 석재 이동 방식, 축조 기법, 고대 기술을 중심으로 그 건축학적 경이로움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석재이동: 250km를 옮긴 블루스톤의 비밀
스톤헨지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는 블루스톤이라 불리는 석재의 이동 경로입니다. 이 돌들은 웨일스 남서부 프레셀리 산맥에서 채석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스톤헨지까지의 거리는 약 250km에 달합니다. 당시 바퀴마저 널리 사용되지 않았던 시점에 이처럼 무거운 돌을 어떻게 옮겼는지는 오랜 세월 동안 학자들의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되어왔습니다. 주된 가설 중 하나는 목재 롤러와 지렛대를 이용한 지상 이동입니다. 고대인들은 긴 나무 기둥을 깔고 돌을 굴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도르래와 지렛대를 사용해 방향을 조정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가설은 수로를 활용한 운송 방식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돌을 강을 따라 뗏목에 실어 이동시킨 후 육지에서 다시 끌어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습한 영국 기후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집니다. 실제 1990년대와 2010년대에 걸쳐 진행된 여러 실험 고고학 프로젝트에서는 수십 명의 인력이 단순한 도구만으로 블루스톤을 일정 거리 옮길 수 있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집단 노동력과 계획 능력이 매우 뛰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물리 원리와 인력을 바탕으로 고난도의 운송을 해낸 점에서 고대인의 실용적 지혜와 기술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축조기법: 돌을 세우고 얹다
스톤헨지는 단순히 돌을 배치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위치에 수직 석재를 세우고, 그 위에 수평 석재를 얹은 인방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하중을 분산시키고, 구조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오늘날의 건축 기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먼저 돌을 세우는 과정은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한쪽 면을 경사지게 만든 후 돌을 눕혀 넣고, 지렛대와 인력으로 세우는 방식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운 후에는 주변을 흙으로 메워 고정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더 단단히 고착되었습니다. 상부에 얹는 가로돌은 특히 정교한 작업을 필요로 했습니다. 단순히 얹는 것이 아니라, 수직 돌 상단에 홈(텐온)을 만들고, 가로 돌 하단에 홈을 파서 끼우는 방식인 턱 이음 구조(Mortise and Tenon Joint)가 사용되었습니다. 이 방식은 목재 가구 제작에서 사용되는 기법으로, 스톤헨지에서 석재에 적용되었다는 점이 매우 독창적입니다. 이러한 정밀한 작업은 단순한 물리적 힘뿐만 아니라 측량, 계획, 도구 사용이 모두 융합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도구로는 사암이나 부싯돌로 만든 망치석, 나무 지렛대, 돌 끌 등이 쓰였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도구의 흔적은 일부 발굴지에서 실제로 확인되었습니다.
고대기술: 천문과 건축이 만나는 지점
스톤헨지의 기술력은 물리적인 건축뿐 아니라, 천문학과의 연계성에서도 나타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하지와 동지 때 해가 뜨고 지는 방향과 정렬된 구조입니다. 특히 중심부의 힐스톤(Hill Stone)과 중앙 원형 배열은 해의 위치를 기준으로 설계되었으며, 고대인들이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관측하고 건축에 반영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정렬은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정밀한 천문 지식과 장기간의 관찰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작업입니다. 학자들은 이 구조물이 일종의 천문 달력 또는 제의용 관측소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실제로 일부 구멍들은 달의 주기를 추적하는 데도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 외에도 스톤헨지 주변에서 발견된 다른 구조물과의 정렬 관계, 지형을 활용한 배치, 계절에 따른 그림자 변화 등을 통해 고대인들이 단순한 기능적 목적이 아닌 상징성과 정합성을 고려한 고차원의 건축을 수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스톤헨지는 원시적인 도구와 자원 속에서도 정밀도와 과학성을 겸비한 유적이며, 고대 기술에 대한 현대적 재평가의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스톤헨지는 단순한 석재 구조물이 아니라, 고대인의 물리 지식, 집단 노동, 측량 기술, 천문학적 지식이 결합된 복합적인 건축 작품입니다. 그들이 어떤 도구로 어떤 방식으로 이 작업을 수행했는지는 여전히 현대 과학의 연구 과제가 되고 있으며, 스톤헨지를 직접 방문하거나 관련 전시를 관람하면서 고대 문명의 위대한 기술력을 느껴보는 것도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